한미사진미술관은 7인 연속기획전 SPECTRUM의 세 번째 전시로 김옥선의 ‘No Direction Home’을 전시한다.
‘No Direction Home’은 그 동안 작가가 일련의 작업을 통해 다뤄온 여성의 몸, 국제결혼 남녀의 일상, 동성애 커플, 제주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삶 등 동시대의 이슈이지만 주류에서 비켜선 문제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시리즈였다. 더불어 이전작품들보다 한층 집중도 있고 적나라한 방식으로 주제에 접근했다.
작업 속 인물들은 카메라에 시선을 응시하고 있지만, 결코 사진을 위해 의상, 배경 등에 연출을 가미하지 않고 일상의 속살을 조심스레 내보인다. 사진들은 제각각 ‘빛나는 순간’들로 빛을 발하며, 일상의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평범함을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풀어낸다.
본 전시의 제목이자 작업 시리즈명이기도 한 ‘No Direction Home’은 작가가 지금까지의 작업을 통해 부단히 고민해 온 작가적 물음이기도 하다. 인간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에서부터 가족구성, 직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들이 개인의 선택 문제로 귀속되는 이 시대에 작가는 선택을 기반으로 한 어떤 이들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들의 삶이 ‘표류되지 않는 꿈’으로서 갖는 가치에 대해, 그리고 다양한 색깔과 형태를 지닌 이들의 삶이 가진 사적인 공간에 대해 담담히 이야기한다.
여기서 김옥선이 시선을 주는 ‘어떤 이’들은 각자의 표류되지 않는 꿈을 위해 자신들의 고향을 떠나 한국 남단의 섬 제주도에 일시적 삶의 터전을 마련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350여 년 전 제주도에 상륙한 네덜란드인 핸드릭 하멜(Hendrick Hamel, 1630-1692)처럼 고국의 문화를 품고 한국에서 낯설고도 이질적인 삶을 향유하고 있다.
사진은 그들이 담고 있는 아직 발현되지 않은 ‘이상과 꿈’이 무엇인지, 그 실현에 대한 믿음과 의지를 가지고 지금 현재도 부지런히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이들의 일상에 대해 풀어냈다.
작가의 시선을 쫓아 우리의 시선은 이내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그들의 겉모습을 넘어 그들 속에 담긴 자유와 의지, 믿음, 그리고 한시적일 것만 같은 그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