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숙 《두고 왔을 리가 없다》

2017.12.16. 토 ~ 2018.02.17. 토

박영숙은 1975년 사진 작업으로 참여하게 된 단체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였고, 여성미술연구회에 가입해 사진가로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왔다. 또한 1997년에는 여성작가협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이후 〈마녀〉, 〈우리 봇물을 트자〉 그리고 〈미친년 프로젝트〉 등을 통해 그동안 흔히 다루어지지 않던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사진으로 꾸준히 작업해왔다.

작가는 이번 작업에서 80~90대 여성 7명의 삶에 공감하고 경청한다. 극단장 ‘이병복’, 판소리 명창 ‘최승희’, 故 김수영 시인의 아내 ‘김현경’, 화가이며 패션디자이너인 ‘김비함’, 그리고 기업인의 아내 ‘박경애’, 안동할매청국장집을 운영하는 ‘이상주’, 종갓집 며느리이자 갤러리 대표인 ‘이은주’까지, 7명의 여성은 역사의 풍파와 시대의 변화를 겪은 나름의 방식으로 감당해낸 여성들이다. 여러 가치관의 변화를 수긍하며 여자로서 감내해야 하는 것들도 많았다. 그렇게 일상을 지켜내며 여자의 삶을 살았고, 어느 것 하나도 포기하지 않았으며, 그동안 살아가며 말하지 못한 것, 두고 온 것들을 작업으로 풀어놓는다.

이번 전시는 주인공 각각을 위한 7개의 방을 만들어 사진과 인터뷰 영상을 설치한다. 작가가 새롭게 시도하는 영상 작업은 대상이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각자 마음 깊은 곳에 아껴두었던 사람과 추억에 대한 담담한 이야기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왔음을 사진가 박영숙과 눈을 마주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여자들의 방식으로 조곤조곤 이야기 나눈다. 박영숙은 인터뷰하며 그들이 삶 속에서 맺은 인연과 가족 관계 등 가장 소중하지만 가장 어려운 사람들과의 관계를 감탄하고 격려하는 자세로 지켜봐 준다. 그리고 사진 작업 역시 과한 설정이나 인물을 드러내는 욕심보다는 대상의 시간과 손짓, 몸짓을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사진언어로 담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지내며 점점 나이 들어간다. 삶을 마감하는 의미로서 나이 듦은 두려움 슬픔이지만, 여성에게 나이 듦은 버리는 것과 남겨 두는 것이며, 지나간 삶 속에서 여자로서 해야 했던 일, 할 수밖에 없던 일 그리고 자연스럽게 하게 된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사진가 박영숙은 잘 맺고 잘 풀어가는 그녀들의 삶을 함께 공감하고 가치 있는 시간으로 남겨지길 희망한다. 이것이 여성주의의 맥락뿐 아니라 인간사의 맥락에서 박영숙의 사진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Venue

뮤지엄한미 방이

참여작가

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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