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진미술관(관장 송영숙)은 오는 6월, 제리 율스만(Jerry Uelsmann, 1934~ ), 매기 테일러(Maggie Taylor, 1961~ )와 함께 사진가 주명덕(1940~ ), 강운구(1941~ )의 4인 기획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한국에서 두 번째로 이뤄진 율스만과 테일러 부부의 전시인 동시에, 한국의 작가주의 사진가 1세대로 꼽히는 주명덕, 강운구의 최근작이 이들 부부의 사진과 함께 소개되는 첫 기획전이다.
한국과 율스만, 테일러 부부와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미사진미술관은 미술관 행사의 일환으로 이들과 함께 해외 저명한 사진 큐레이터들을 초청해 한국사진을 소개했다. 방문 중에 율스만이 촬영한 경복궁과 안동 하회마을 사진 10점이 다음해에 열린 전시 《Maggie and Jerry》(한미사진미술관, 2007)를 통해 처음 소개되며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이 시작되었다. 2007년 첫 전시는 국내 관람객들에게도 즐거운 상상으로 가득 찬 율스만과 테일러의 사진 세계를 소개하는 기회가 되었다.
올해 두 번째 전시를 위해 제리 율스만은 그가 합성사진을 시작한 1950년대부터 2013년까지 제작한 방대한 작업 중에서‘손’을 모티브로 한 사진 약 70여 점을 선별했다. 그에게 ‘손’은 반세기가 넘는 작업 기간동안 꾸준히 대상화된 주제이며, 사진에서 손이 취한 각각의 제스처는 언어보다 즉각적이고 인간적인 소통이 가능하다. 손에 대한 이러한 율스만의 해석은 언어의장벽을 넘어 사진으로 교감하는 네 작가의 이번 전시 콘셉트와도 맞닿아있다. 매기 테일러는 2007년 전시 이후 더욱 정교해진 최근 작업 44점을 통해 세월의 겹만큼이나 성숙된 자신의 무의식과 경험을 투영한 상상세계를 펼쳐 보인다.
주명덕, 강운구 또한 이들과의 전시를 위해 새로운 작업을 선보인다. 주명덕은 도시풍경을 촬영한 디지털 컬러사진 20여 점을, 강운구는 <주운 그림>, <디지털 경배 1,2,3>란 제목으로 컬러사진 20여 점을 선별했다. <디지털 경배> 또한 손에 관한 것이다. 율스만의 손은 따 온 것이지만 강운구의 손은 거기, 대상 앞에 저절로 있던 것이다. 게다가 놀랍게도 강운구의 작품 대다수가 디지털, 그것도 폰 카메라로 촬영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전통 흑백사진을 내걸을 것이라 예상되었던 두 노장의 파격적 행보로 인해 이번 기획전이 더욱 더 흥미진진하게 다가올 것이라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