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말 Body Speaking Words》

2015.10.17. 토 ~ 2015.12.31. 목

인간은 정보와 지식의 전달, 감정의 표현을 위해 말을 하고, 글을 쓰고, 표정을 짓는다. 그것도 모자라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몸짓을 한다. 인간은 소리, 문자, 제스처, 이미지 등 온갖 기호들을 동원해 의사를 전달하고 감정을 드러낸다. 혹은 속내를 숨긴다. 한 마디로 인간은 가장 다양하고 정교한 기호들을 사용하는 기호의 동물이다.

몸의 언어body language는 수화sign language처럼 일반 언어의 분절성articulation을 이용하여 의사소통을 행하기도 하고, 코드화된 제스처, 표정 등으로 말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몸의 언어의 전부는 아니다. 몸의 언어는 논리적인 언어가 다할 수 없는 자리에 들어서며, 말이 다 할 수 없는 감정의 이면, 이성의 저편을 분절하지 않는 몸짓으로 발설한다. 언어의 규칙과 문법에 무관하게 저 스스로 삶의 뒤편, 숨겨진 무의식, 현실이 억압한 욕망을 징후로서 드러낸다.

사진 언어는 몸이 하는 말과 흡사하다. 광학과 화학작용으로 자동 생성되는 이미지는 언제나 비분절적이며, 어떠한 재현 코드에 의거해 제작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현 대상이 실제 현실인 사진은 그 구성요소가 재현 대상 그 자체이며, 관습과 문화에 의해 임의적으로 형성된 분절 기호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구성도 언어 공동체가 암묵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합의한 코드에 의거하지 않는다. 사진은 비분절적인 사물의 반사광이 감광성을 띤 지지체에 와 닿으면 저절로 생겨나는 코드 없는 이미지인 것이다. 재현 코드에 의거하지 않고 내면의 충동에 의해 불현듯 튀어나오는 몸의 말처럼 말이다.

사진은 종종 언술언어에 저항하듯 우리 몸이 말하는 코드 없는 징후를 포착한다. 사회와 문화가 길들이지 못한 몸의 말을 카메라의 시각적 무의식optical unconscious은 드러내고야 만다. 기호체계에 의거한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고통, 불안, 기쁨을 사진의 눈은 육체를 통해 통렬하게 보여준다. 사진은 그 엄정한 기계적 시각으로 욕망의 결핍과 만족, 희망과 절망을 그 빠른 눈짓으로 희귀하게 사로잡는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푼크툼punctum이라 명명한 이 사진의 특질은 바로 일반 언어에 비켜서서 몸이 하는 말을 기록하는 사진의 능력이다. 이제 기호, 분절, 코드 얘기는 그만하고 사진이 포착한 이런 저런 몸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여보기로 하자.


Venue

뮤지엄한미 방이

참여작가

강운구, 개리 위노그랜드, 곽윤주, 구본창, 김미루, 김준, 데비 한, 로버트 메이플소프, 리제트 모델, 리치 야마구치, 마리오 자코멜리, 만 레이, 모리스 타바르, 브라사이, 서순삼, 세비스치앙 살가두, 장지아, 정해창, 제리 율스만, 주명덕, 안드레 케르테스, 안타나 수트쿠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어빙 펜, 에드워드 웨스턴, 옌스 올로프 라스테인, 윌리엄 클라인, 유섭 카쉬, 천경우, 폴 스트랜드, 허브 리츠, 황규태, 후유키 하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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