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윤주영은 지금은 갈 수 없는 땅에서 태어나 전쟁의 처절한 기억과 공업화의 약진, 그리고 세계화의 흐름까지 정치인으로, 언론인으로 그리고 사진가로 다양한 삶의 체험을 통해 세상을 넓게 바라보았다. 때로는 참담함으로 때로는 그리움으로 되살아나는 윤주영의 카메라는 어려운 현실도 긍정을 통해 극복하는 사진가의 눈을 대변한다. 35년이라는 시간 동안 윤주영은 사람이 만들어 가는 역사와 문화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꽃피웠으며 번영을 거쳐 왜 몰락의 길을 걸어야 했는가를 머나먼 이국에서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로부터 그 실마리를 찾기 시작하여 자식을 지키며 고된 삶을 견뎌낸 한국의 어머니들까지 또박또박 자신만의 언어로 담아낸다.
사진에 몰두한 35년 동안 세상은 변화하였고 그가 기록한 수십만 장의 사진에는 다양한 역사가 있다. 삶의 환경이 다르고 외모가 다르지만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역사를 담은 윤주영의 사진들은 격변하는 사회의 현실을 누구보다도 예리하게 바라보고 있다. 시간과 함께 흘러가는 저마다의 삶의 풍경들은 인간의 힘으로 거역할 수 없는 역사의 거센 풍파 속에서 잃어버린 소중한 개인의 삶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게 한다.
장엄한 역사의 파노라마가 이어지는 그 사이사이의 여백에 숨겨진 보통 사람들의 여린 호흡을 일깨우는 윤주영 사진전은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가 사라지고 있는 사회 패러다임 속에서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함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