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진미술관에서 오는 11월 3일 김중만 사진전 《상처 난 거리》를 개막한다. 작가가 2008년부터 촬영해온 뚝방길의 나무들을 간결한 선과 여백으로 대형 한지에 프린트한 이번 전시작은 메케한 냄새와 먼지 때문에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제자리를 지켜온 나무를 통해 치유하고 변화하는 관계를 사진으로 담았다.
사진의 힘은 멈춰 서서 계속 보게 하는 데서 나온다.
– 롤랑 바르트-
사진가 김중만은 사진에 반해 사진으로 평생을 보냈다. 빌린 카메라의 뷰 파인더로 세상을 보았고, 필름 살 돈이 없어 텅 빈 카메라 셔터를 수없이 눌러댔고, 삶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날의 연속이었지만 지금까지 손에서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평범한 날 언제나처럼 지나던 인적 드문 길에서 망가지고 고통 받아 지친 나무를 만났다. 계절이 바뀌며 바람이 다녀가고 새들이 잠시 머물다 떠나기를 반복했다. 여전히 그곳은 아무도 모르는 인적 드문 곳이었고 김중만은 나무를 바라보고 기다리고 나무와의 거리 두기를 반복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 ‘상처 난 거리’의 나무를 마주한 그날부터 지켜보기를 4년이 지나서야 카메라를 꺼내 들어 나무를 담았다. 거리 두기는 무관심이 아니었다. 작가의 시선은 아픔을 묻거나 파헤쳐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멀찌감치서 상처 난 모습 그대로 나무의 존재를 봐주는 것이다. 그래서 김중만의 바라보기는 따뜻하면서도 상처를 헤아리는 기다림으로 우리를 먹먹하게 한다.
외로움에 지친 마음과 나무의 상처가 사진가의 그것과 동일시되는 그 날, 지나가던 새가 나무에 앉아 힘찬 날개 짓을 시작했다. 나무는 스스로를 드러냈고 바람은 나무를 단단하게 견디도록 더욱 세차게 불었다. 그렇게 거센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떨어져 스스로 회복되고 치유되어 가듯 생명을 사진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완벽하지 않았던 존재가 오랜 기다림과 위로로 전혀 다른 존재로서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나무는 지나간 아픔과 숨겨진 상처를 이겨내고 비로소 고요한 존재로서 김중만이 촬영해온 수많은 사람들처럼 화면 가득 당당하게 자리한다. 도시에 버려진 풍경 속에서 드러나는 상처의 고통과 애잔함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강한 이끌림이 김중만의 사진을 바라보게 하는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