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스 울로프 라스테인 《White Sea Black Sea》

2008.03.08. 토 ~ 2008.04.19. 토

낮선, 아니 전혀 우리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스웨덴의 한 사진작가와 그이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이다. 이 작가는 옌스 울로프 라스테인(64년생) 이고 전시 제목은 <white sea black sea> (백해 흑해)이다.
라스테인은 89~92년에 스톡홀름에 있는 노르딕 사진학교(Nordic photo school)에서 공부를 한 뒤에 곧바로 프리랜서가 되었다. 이전의 작품집 <Moments in Between> (2000)은 94년부터 99년 까지 구 유고연방공화국에 속했던 보스아니아(“인종청소”라고 불린 내전으로 25만 명이 넘게 학살된 곳이다)와 코소보 에서 찍은 것들이다. 라스테인은 학살 현장의 죽음이 아니라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깊이 있게 포착했다. 놀랍게도 이미 이시기에 초광각 렌즈가 달린 파노라마 카메라로 다이나믹하게 포착하는, 라스테인의 스타일이 완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역시 초광각 파노라마로 찍은 이번의 <white sea black sea>(스웨덴 스톡홀름 문화센터 에서도 한미사진미술관과 거의 같은 시기(08,3.15~5.18)에 이 제목의 전시를 한다)는 그러나 바다 이야기가 아니라 경계의 땅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다. 북쪽의 러시아 바렌츠 해의 내해 깊숙한 곳에 있는 세베르드빈스크 연안의 백해로부터 남쪽의 흑해에 이르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동유럽 여러 나라의 상황, 그러니까 유럽연합과 서아시아와의 경계, 러시아와 그에 속했던 여러 연반공화국들과 러시아와의 국경을 넘나들며 관찰한 서사적인 이미지들이다. “나의 큰 주제는 두 단계와 두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두 세계 사이의 경계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인식인데, 그것은 변화하는 존재의 불확정성이다.” 고 작가는 말한다. 경계라는 말은 실제로 있는 국경을 말하기도 하고, 유럽연합과 그 동쪽나라들 사이의 상징적인 깊은 골짜기를 뜻하기도 한다.

라스테인은 친화력이 뛰어난 듯, 낮 선 곳의 낮 선 사람들에게 겁 없이 다가가서(바로 코에 닿을 정도로) 그이가 바라는 이미지를 포착해 내고 있다. 초광각 파노라마 카메라여서, 어떤 사람들은 카메라를 보고도, 그것이 너무나 가까이 있어서 어쩌면 자기가 찍히는 줄을 알지 못하기도 하였을 것이다. 아마 이런 점을 라스테인은 촬영기술로서 활용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라스테인이 무자비하고 냉혹하게 사람들을 공격하는 것은 아니다. 그이는 침착하고 냉정하게 카메라의 화인더를 들여다 보지만 그이의 심장은 뜨겁다. 사진의 주인공이 된 사람들과 함께 용의주도하게 포착된 배경, 근경과 원경이 이루는 조화와 깊이로 이뤄진 이미지들은 나의 숨을 멎게 한다. 라스테인이 찍은 적나라한 현실의 사진들에는 놀랍게도 그 지역의 서정과 전통 까지도 우러나온다. 그런 점들이 보는 사람들의 가슴에 쉽게 파고든다. 사진을 찍힌 사람들에게처럼 사진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라스테인은 친화력이 강하다.

한미사진미술관이 유럽에 가서 ‘발견’한 이 사진가의 이미지들은 신선하고 다이내믹하며 아름답다.


Venue

뮤지엄한미 방이

참여작가

옌스 울로프 라스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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