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진미술관은 한국사진계 다음세대의 지속적인 후원자 및 중추적 조력자가 되고자 하는 방향성에 맞추어 2012년부터 국내외에 거주하는 30~40대 한국작가들의 포트폴리오를 접수 받아 역량 있고 창의성이 돋보이는 이들의 작품을 밀도 있게 검토 해 왔다. 내부 심사를 통해 선정된 이들은 전시와 함께 전시 연계 도록 출판의 기회를 가지고, 전시 향후에도 국내외 타 기관과의 연계 등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교류활동을 계속해나갈 미술관의 연간 기획 프로젝트이다. 2015년 드디어,‘젊은 작가 지원 전시’ 2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그 첫 번째 전시인 《나, 나를 심다》展 을 통해 역량 있는 신진작가 김인숙, 안준, 장태원, 3인의 작업을 소개한다.
《나, 나를 심다》의 주제는 ‘자화상 Self-Portrait’이다.2000년대 초반부터 젊고 참신한 작업으로 주목 받아온 세 명의 작가가 지난 몇 년 간 혹은 현재까지 작업의 주제로 다뤄 온 그들만의 자화상 작업을 모아 소개한다. 사진을 찍는 과정 자체가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지만, 작가가 카메라 뒤가 아닌 앞에 마주하고 선 자화상은 실재하는‘나’와 대면하고 적극적으로 그 내적인 탐구과정을 진척시킨 작업이다. 세 작가는 현존하는 ‘나’를 이해하기 위해 카메라에 이들이 생각하고 그려온 또 다른‘나’를 담아낸다. 어쩌면 일시적일 수도, 아득한 환상에 지날 수도 있는‘나’는 지속적으로 실존하는‘나’ 가 대입되고 납득되는 과정을 경험한다. 자화상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현실 속의‘나’ 와 작가들이 그린 ‘나’는 끊임없이 교차하고 부딪히며 그 사이를 좁혀 나가게 된다.
이번 전시는 누구보다 젊은 작가들이야말로 이 주제를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사진에 녹여냈을 것이란 추측 하에 기획되었고, 카메라 앞에 선 세 작가가 자신과 더불어 사진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몸을 이용해 사진의 재료라 할 수 있는 빛과 그림자를 공부하고(장태원), 사진 매체 자체의 속성에 대해 이해해가며(안준), 사진이 가진 가능성을 실험한다.(김인숙) 이처럼 세 작가의 작업 속에는‘나’를 알아가는 과정과 사진을 이해해가는 과정이 자연스레 함께 녹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실제 작업과 더불어 작가들의 포트폴리오가 전시된다. 작가들에겐 자신의 얼굴이자 작업 그 자체와도 같은 포트폴리오는 가장 효과적인 작업의 발언 장이며, 독자들과 심도 있는 소통을 위한 창구이다. 이처럼 중요한 위상을 지닌 포트폴리오가 지난 수십 년간 사진과 동고동락하며 어떠한 개념적인, 방법론적인 변화를 가졌는지 그 현황을 세 작가를 통해 엿보고자 전시를 구성하였다. 젊고 역량 있는 한국작가들의 포트폴리오는 한국사진의 다음 세대를 짊어질 이들의 가치관을 반영한 거울과도 같기에 그것을 살펴보는 자체로도 의미를 가지며 그들과 더불어 앞으로의 한국사진계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