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진미술관의 연속기획전 SPECTRUM의 여섯 번째 전시는 사진작가 난다의 근작시리즈 《THE DAY》를 선보인다. 《THE DAY》연작은 ‘기념일’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작가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현대생활문화에 침잠되어 있는 현대인들의 삶과 현실을 공감하고, 그 사회적 단상을 작가만의 예리한 시각과 독특한 감성으로 시각화한 작업이다. 난다가 이 작업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기념사진’이라는 일상화된 사진적 카테고리를 통해 구현되는 현대인의 기록과 자기 표현욕구, 또 그 안에 용해된 개인의 욕망과 사회적 허상의 현실이다. 어린이날, 결혼기념일, 그리고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삼겹살데이와 같은 각종 변종 기념일까지. 현대인들이 만든 기념일들이 사실은 그들의 심층에 자리한 ‘욕망의 병리적 실체’를 반영한 문화이며, 작가는 현시대에 대중화된 ‘기념사진’의 연출적 요소를 극적 상황으로까지 치환함으로써 이를 신랄하게 드러낸다.
“특정공간이 인간의 행위를 제약하고 규정하듯, 특정 시간 역시 환경을 만들고 인간의 행위와 의식意識에 영향을 준다. 장소나 사물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이나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여 명사화하는 것은 개인으로부터 국가에 이르기까지 자율적이고 주관적인 행위이다. 하지만 그것이 사회적으로 공유되기까지는 분명 공감과 동의를 이끌어낼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에 현재 우리사회에서 공인된 기념일들은 사회 구성원들의 어떠한 필요에 의해 생성된 것인지, 그 시간에 행하는 의식儀式이 본래의 의미에 부합된 행위로서의 의식인지, 아니면 다만 의식을 위한 의식, 혹은 욕망의 표출-유희-를 위한 의식은 아닌지에 대한 질문들을 《THE DAY》작업을 통해 던져보고자 한다.”
–작가노트 중-
각종 기념일에 대한 의미와 현상의 재해석을 목적으로 하는 본 작업을 위해 작가는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일반인들로부터 기념사진 촬영을 의뢰 받아 사람들의 기념사진들을 수집하는 동시에, 이러한 기념사진의 연극적 요소를 극대화시켜 치밀한 연출사진을 만들었다. 작가는 이 실행과정을 통해 인간의 삶에 존재하는 기억의 진실과 현대인의 ‘어긋난 욕망’을 이야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