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과 구도, 포커스를 제대로 맞추지 않아 다소 기형적으로 왜곡된 사진 속 인물들과 그 안에 잠재된 강력한 정치적, 사회적 상징성. 바로 로버트 프랭크 Robert Frank (1924~)의 사진을 정의할 때 사용하는 수식어이다. 이처럼 1950년대 당시 파격적인 형식과 내용을 담은 그의 다큐멘터리 사진은 20세기 후반 현대사진의 방향성을 새로 정의 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사진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마지막 전시로 로버트 프랭크의 오리지널 프린트 총115점을 국내 관람객들에게 소개한다. 이미 단작으로 소개된 바 있는 <미국인Americans 1955~1956>연작을 비롯해 1940년대 데뷔시철부터 8mm 영화에 몰두할 당시 제작한 영화 스틸컷과 1970~1990년대자전적인 폴라로이드 작업에 이르기까지, 로버트 프랭크의 작업인생이 남겨온 굽이진 여정들을 추적해볼 수 있는 국내 첫 대규모 전시이다. 전시되는 사진들의 대부분은 국내에서 이제껏 한 번도 소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가 이처럼 상당한 수의 로버트 프랭크의 오리지널 프린트로 구성될 수 있었던 까닭은 전시되는 전작이 작가의 고향 가까이에 있는 빈터투어사진미술관과 스위스사진재단법인의 소장품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공동주관한 두 기관은 명실공히 스위스 최고의 사진전문기관으로서 로버트 프랭크의 작업전반을 소장하고 있는 곳이다. 기관의 대다수 소장품이 한국에서 처음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위대한 작가’라는 신화성에 가려진 한 작가의 작업인생 60여년과 그의 섬세하면서도 예민한 인간적인 면모를 가장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