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PS는 국내‧외 현대미술 현장에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배찬효의 신작전 《서양의 눈Occident’s Eye》을 선보인다. 서양 사회 속에서 동양 남자로서 느낀 ‘소외’를 사진으로 시각화하는 작업을 이어온 작가는, 유럽의 중세 및 근대시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상황 속 백인 여성으로 등장함으로서 서구 문명이 행한 차별을 역으로 보여줬다. 이러한 형식은 《자화상》을 시작으로 《동화책》, 《형벌》, 《마녀사냥》 작업까지 이어졌으며 이들을 엮어 《의상 속 존재Existing in Costume》로 소개했다. 특히 타자의 소외감 이해하기에서 출발한 《자화상》, 《동화책》 그리고 《형벌》은 점차 문화적 우월 관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마녀사냥》과 이번 신작 《서양의 눈Occident’s Eye》으로 확장되었다.
MoPS에서 처음 선보이는 《서양의 눈Occident’s Eye》 작업은 종교와 신화 그리고 미신의 관계에 집중한다. 작가는 그간 작업을 통해 타자 혹은 소수자를 구분 짓고 배척하는 이유를 인간의 절대적 믿음에서 찾았다. 시대적 및 지리적 조건에 의해 변화하는 문화의 상대성에도 불구하고 주류 문화 속 구성원의 믿음은 종교로 받아들여지며, 소수자 혹은 타자의 믿음은 주류의 합리주의에 의거하여 미신으로 정의된다. 작가는 이집트 신화가 반영된 고대 벽화(사자의 서), 서양의 절대적 믿음에 의해 배척당한 타자이자 마녀(마녀사냥) 그리고 토테미즘의 상징물인 바위와 나무를 소재로 제작한 작업을 종교적 제단 형식으로 전시장에 설치한다.
각 제단 안에 이러한 믿음을 상징하는 요소들을 충돌시키면서 절대적 믿음이 만들어내는 절대주의적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며 관계 ‘비틀기’를 시도한다. 영국 대영박물관의 소장품이자 사후 세계에 대한 안내서 역할을 했던 이집트 〈사자의 서〉의 한 장면을 인용한 작업에서, 망자를 심판하는 오시리스의 절대 권력을 해체했다. 관람자는 오시리스의 모습 대신 거울 속에 비친 타자이자 서구 비주류였던 작가를 마주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다. 거울 속 얼굴이 시시각각 바뀌면서, 절대성은 허물어지고 나아가 우리 안에 내재된 배타성 또한 되돌아보게 한다.
한미사진미술관이 발간한 『의상 속 존재EXISTING IN COSTUME』은 이번 전시작 《마녀사냥》을 포함하여 《자화상》, 《동화책》, 《형벌》 그리고 《서양화에 뛰어들기》까지 배찬효의 작업을 총망라한 사진집이다. 더불어 신작 《서양의 눈Occident’s Eye》을 별첨부록으로 함께 소개한다. 5개 시리즈의 총 52점의 작품이 담긴 이 사진집은 前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이자 미술평론가인 김홍희와, 지난 20년간 Hotshoe Inernational을 비롯한 해외 유수 포토매거진의 에디터를 지낸 빌 쿠벤호벤Bill Kouwenhoven의 글이 더해져 배찬효 작업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