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송영숙이 길 위에서 마주한 도시의 풍경과 자연, 무심히 피어난 야생화와 풀, 그리고 이름 없는 생명체들을 꾸준히 기록해온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다. 작가는 꽃이 만개했다가 지는 찰나의 시간을 포착해 사라져가는 순간을 이미지 속에 붙잡아둔다. 이는 시간의 흐름을 마주해온 그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삼라만상을 담아온 이번 작업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폴라로이드 필름 위에 유화 물감을 덧입히는 독자적인 형식이다. 그는 촬영 당시의 시간대와 빛, 그림자, 공기의 밀도를 되살려 사진 이미지 위에 색을 더함으로써, 순간의 인상을 회화적 감각으로 확장한다. 이는 보는 위치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세계의 미묘한 진실을 조색의 과정을 통해 다시 드러내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1980년대 그가 주로 사용하던 SX-70 폴라로이드 카메라 필름이 단종되면서 비롯되었다. 촬영 직후 유제를 밀어내며 당시 풍경에 대한 인상을 즉각적으로 표현하던 기존의 방식을 대신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사진 위에 회화적 개입을 더하는 현재의 작업이 형성되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사진의 물질성과 회화적 개입의 가능성을 확장하며, 이미지에 내재한 시간과 감각의 층위를 새롭게 환기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유제를 입힌 폴라로이드 필름 원본 250여 점과 이를 대형으로 확장한 작업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현대화랑과 방이동 한미 C&C 스퀘어에서 동시 진행되며, 한미 C&C 스퀘어에서는 대형 설치 형태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