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칭송 《The Glorious Life》

2019.06.01. 토 ~ 2019.08.31. 토

한미사진미술관은 오는 2019년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3개월간 중국의 대표적인 현대작가 왕칭송 (1966~ )의 개인전 《The Glorious Life》를 미술관 전관에서 개최한다. 1990년대 당시 전통 다큐멘터리 사진에 머물러있던 중국 사진계에 설치미술과 행위예술을 접목시켜 중국현대 사진예술에 큰 반향을 일으킨 왕칭송은 중국사진의 현재를 살핌에 있어 핵심 되는 작가다. 스스로 자신의 작업을 ‘사회적 다큐멘터리’라 부르는 그는 사회현상에 대한 깊은 식견과 날카로운 직감으로 현실을 비춘 초현실적인 사진을 만들며 다큐멘터리 사진의 의미영역을 확장시켰다. 전시에는 회화에서 사진으로 전향한 1990년대 후반에 자신의 모습을 디지털로 합성해 작업한 초기 포토몽타주 사진부터 2000년 이후 중국의 사회적 상황을 작가 특유의 해학적 감성으로 연출해 수십 명 혹은 수백 명의 모델을 동원하여 촬영한 인물군상 사진과 영상작업까지 그동안 살펴볼 기회가 없었던 작가의 20여 년 작업과정을 핵심 작업군을 중심으로 밀도 있게 선보인다.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왕칭송은 사회개방 이후 격변하는 중국의 모습을 특유의 시선으로 고발하며 화려한 문화 속에 가려진 사회의 이면, 현실에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왔다. 이번 전시제목 《The Glorious Life》는 작가가 1997년부터 2018년 까지 진행한 사진작업을 통틀어 지칭한 이름인데, 우리나라 말로 ‘생활예찬’이라 번역할 수 있다. 이 제목은 사회 전체가 급속한 성장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관찰할수 있는 도시의 번창과 화려함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그 화려한 이면에 감춰진 실상에 대해 진지하게 질문하고자 하는 작가의 역설적인 의도가 담긴 것이다.세계화와 도시화의 급물살을 탄 중국사회를 향해 일갈하는 그의 목소리는 교육, 이주민, 도시재개발, 과소비, 노인 의료보험제도 등 다양한 사회적 시스템의 일면을 대상으로 삼지만, 몇 가지 큰 주제로도 묶일 수 있다. 〈Pick up the Pen, Fight till the End〉(1997)와 〈Requesting Buddha Series No.1〉(1999)에서 보듯, 전통과 기존 가치가 자본주의 소비욕구에 가려져 그 의미가 전복되거나 기형적으로 변형된 시대 상황은 꽤 이른 시기부터 발현된 주제다. 중국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는 〈Follow You〉(2013)와 같은 작업 안에서도 왕칭송은 과거를 대하는 중국인의 자기모순적인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도시재개발, 이주민에 대한 작업을 통해 미래지향적으로만 보이는 ‘세계화 속의 중국’의 실상을 보여주거나 다양한 현실소재로 소비를 지향하는 사회에서 인간이 겪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꾸준히 이야기해왔다. 본 전시 《The Glorious Life》는 무엇보다 이러한 사회, 문화적인 맥락 안에서 밀도 있게 읽힐 수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왕칭송의 작업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작가의 역설적인 태도이다. 중국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일침과 동시에 특유의 재치를 담은 그의 연출력과 매우 초현실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사진화면이 이를 잘 보여준다. 게다가 그는 입시경쟁에 경도된 학생, 어설픈 외교능력을 뽐내며 문화적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중국 지도자 등, 자신이 희화화하고자 하는 대상이 되어 적극적으로 작업에 개입하는데, 이 또한 작가의 명민한 역설성을 보여주는 예다. 단순히 현상의 관찰자가 아닌 시대흐름을 나타내는 문화적 아이콘이 되어 그는 중국사회가 처한 현실과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사진가로서 그의 입장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지점이다.

이번 전시를 기념해 동명의 사진집을 전시 개막일에 맞춰 발간할 예정이며, 개막 당일에는 아티스트 토크와 북사인회를 진행한다. 전시 기간 중에도 관람자 대상별 흥미로운 전시연계프로그램이 다수 마련되어 있다.


장소

뮤지엄한미 방이

참여작가

왕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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