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지난 2008년부터 ‘장미’를 주제로 작업해온 정물 사진을 선보인다. 16×20인치의 젤라틴 실버 프린트와 대형 잉크젯 프린트의 두 가지 형태로 보여질 예정이며, 이들 작품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장미’의 생명력이 소멸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작가 주명덕의 장미는 화려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시작은 이슬을 머금고 있는 활짝 핀 장미였지만 관람객이 마주할 대부분의 장미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졌을 법한 시든 장미이다. 바깥 쪽 꽃잎부터 시들어가고, 수분이 증발해가면서 자신의 실핏줄을 드러내는 마른 장미들은 가시화되는 시간의 흔적과 화석화되어 가는 생명의 소멸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솔솔 피어난 마른 곰팡이들의 푸석푸석한 먼지 냄새는 더 이상 시간의 흐름을 가늠조차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사각의 뷰 파인더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보고자 했던 작가는 이번에는 작가의 가장 친밀한 공간 한 구석에 놓여진 장미를 통해 지금까지 보아왔던 것들을 응축시켜 담고자 했다. 지난 1년간 작가가 집요하게 보여준 한 가지 사물에 대한 집중적인 시각적 해석은 시간성이 부여된 새로운 정물 사진을 제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