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연 《Walks on Water 물위를 걷다》

2004.02.14. 토 ~ 2004.03.27. 토

주상연은 매우 특이한 사진가다. 그의 사진은 정확하게 손에 잡혀지는 작품들이 아니고, 암시적이고 초월적인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는 물이나 심연의 세계, 하늘, 대기, 그리고 우주적 풍경에 관심을 가진다. 한동안 하늘과 물을 대조시키는 풍경 작품들을 시도한 것은 자연의 현상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하늘과 물의 상징적 대비를 추구한 것이었다. 구름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하늘과 고요하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거센 물결을 예고하는 듯한 물을 결합해 주는 것은 빛이다. 빛은 모든 것은 묶어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주상연의 이러한 풍경에 대한 관심은 거의 종교적이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그의 작품에서의 무한하고 충만한 하늘은 빛의 근원이기도 하며, 일종의 천국의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이번 사진 전에서는 하늘과 물의 풍경은 계속되지만, 오히려 물을, 그것도 물 속의 인간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는 물 속을 걷거나 떠다니는 사람들, 샤워하는 어린이, 빙판에서 스케이트 지치는 소녀 등의 작품들을 보여주면서 <물 위를 걷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번 작품을 위해 주상연은 5미터 높이의 대형 수족관을 빌려 두 명의 모델과 함께 작업했다. 그는 물 속에서 힘을 빼고 더 있거나 움직이거나 상승, 하강하는 모델을 찍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랜 노출로 연속적인 움직임을 포착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계산하고 연출하기보다는 우연한 효과, 또는 피사체가 움직이면서 남겨지는 모습 속에서 인간의 에너지나 氣 또는 비물질의 흔적을 찾아낸다.

 

물은 가볍고 편안해 보이지만 물 속에 있으면 물 다루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물은 물의 흐름을 따라가면 부드럽지만 힘을 주거나 물을 거스르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힘들다. 물 속에 있다는 것은 한편 다른 사람과의 통화가 어렵기 때문에 혼자라는 느낌을 가중시킨다. 주상연의 사진에서 물에 자신을 그대로 맡기고 행동의 의지가 박탈된 듯 중량감이 없이 부유하거나, 떠 있는 인간의 모습은 마치 물 속을 떠도는 영혼의 모습 같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포르말린에 담겨진 인간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들은 삶과 죽음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것처럼 보인다.

 

주상연의 사진작품 들은 이제 낭만적이고, 초현실적이었던, 따라서 자칫 감상주의에 빠질 염려가 있었던 초기 작품에서 탈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최근 작품들은 더 집중되어있고 깊이를 가진다. 이 사진 작업을, 앞으로 더 탐구할 여지가 있는, 그러므로 좀더 지속되어야 할 하나의 과정으로 보고 싶다.

| 김영나 (서울대 박물관장)


장소

뮤지엄한미 방이

참여작가

주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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