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PS는 퍼포먼스와 공공미술의 영역을 포괄하는 작업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지속한 천경우 작가가 사진전으로는 7년만에 국내에서 그 과정을 선보이는 《THE WEIGHT》展을 개최한다. 1990년대 이후부터 독일을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활동해온 작가는 참여자들과 교감하는 실험적인 인물사진과 퍼포먼스 프로젝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참여자와의 소통 도구로서 퍼포먼스, 공공미술과 결합한 흐릿한 초상 사진을 선보인 천경우의 작업중, 국내에 조명될 기회가 없던 세 연작을 MoPS에서 만나볼 수 있다. 《Nine Editors》(2014), 《The Weight》(2016) 그리고 신작 《Reminiscence》(2020)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단순한 피사체가 아닌, 타인과의 연대감을 토대로 ‘시간과 공간을 채워 나가는’ 능동적인 참여자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THE WEIGHT》 전시는 천경우의 작업이 지닌 물리적, 개념적 ‘무게’에 집중한다. 이미지가 범람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사진을 통해 접한 정보를 가볍게 소비하며, 점차 타인의 존재와 고통에 무감각해진다. 코로나19로 인해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와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임을 더욱 되새기는 시기, 오늘날 이미지의 가벼운 속성에 대항하여 우리의 삶이 타인과의 관계, 기억으로 인한 무게와 시간으로부터 비롯됨을 전시작들을 통해 보여준다.
《The Weight》는 프랑스 파리근교 로맹롤랑 고등학교에서 부모를 따라서 막 이주하여 프랑스어를 모르는 이민자 청소년들로 구성된 특별반 학생들과 진행한 프로젝트다. 작가는 이들에게 급우 한 명을 택해 가장 오래 지속할 수 있는 자세로 서로를 업고 있도록 요청한 후 이 시간을 사진에 담았다. 타인의 무게감을 느끼며 도움을 주고 받는 시간을 통해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의 참여자끼리 감정적 연대감을 신체적으로 체험하게 했다.
《Nine Editors》는 패션 매거진에 소속된 9명의 에디터와 협업한 프로젝트다. 각 에디터들에게 자신이 가장 아끼는 옷 한가지를 작업실로 보내달라 하고, 개별적으로 스튜디오로 초대하여 자신의 것을 제외한 나머지 8명의 옷을 입도록 요청했다. 모델의 옷을 스타일링하던 이들의 기존 역할을 바꿔 직접 옷을 입고 카메라 앞에 참여자로 서는 과정, 9명의 인물들이 9분간 동료들과 다름의 무게감을 입은 모습을 담았다.
올해의 신작 《Reminiscence》는 폴란드의 라즈니아현대미술관과의 협력으로 노년의 참여자들이 자신이 선곡한 음악을 들으며 인생의 가장 소중했던 순간을 회상하는 과정을 촬영한 단채널 영상 작업이다. 눈을 감고 수십년전 사적인 기억을 털어 놓는 노인들의 얼굴 표정과 대화 속에는 지나온 인생과 시간의 무게가 녹아있다.
《THE WEIGHT》 전시는 MoPS에서 10월 30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개최하며, 전시 연계 행사로 아티스트 토크와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한미사진미술관과 네덜란드의 저명한 사진 기획자, 사진집 출판자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빌럼 반 주텐달(Willem van Zoetendaal)의 디자인으로 반 주텐달 출판사와 함께 12월에 사진집을 공동 출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