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첫 번째로 8월 30일부터 9월 27일까지 <홍순태의 장 가는길>이라는 제목으로 사진교육자이자 작가로서 50여년 인생을 걸어온 홍순태 선생의 개인전이 열리게 된다. 전시될 작품은 주로 6,70년대 촬영한 흑백사진으로 총 40여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홍순태 선생의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선다. 불모지와도 같던 국내사진학 교육계의 1세대 교육자로서 끊임없는 새로운 시도와 국내사진의 한계를 고민하고 넘어서려는 창조적 노력과 열정의 산물이다. 사진입문 초기에는 고 임응식 선생의 리얼리즘 사진의 영향을 받아 다큐멘터리 사진에 천착해서 한국적 정서를 기록했으나 이후 현대사진의 새로운 흐름에 빠르게 힘입어 문명 비평적 시각의 사진들을 발표하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여 왔다.
특히 이 전시는 ‘장날’이라는 전통적 주제를 가지고 선보이게 된다. 장날은 단순히 생필품을 거래하는 교환 장소가 아닌 삶 자체를 공유하는 한국적 공동체문화의 대표적 모습인 것이다. 이런 장이 열리는 날이면 작가는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전통적인 장터 모습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삶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인화지위에 드러난 장날의 모습은 정과 흥이 넘쳐난다. 정성스레 기른 돼지를 신주처럼 안고 나온 노인, 아찔한 차력 쇼에 넋이 아이들의 모습과 삼삼오오 장터로 마실 나오는 노인들의 새 하얀 베옷 뒤로 넉넉하게 흘러넘치는 우리네 정서가 엿보인다.
그러나 장날은 어느 새 자본주의적 유통구조 속에서 생겨난 기업형태의 대형마트와 거대상설시장 등에 밀려서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그나마도 명맥만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변화로 말미암아 우리는 문명적 발전이라는 편리함을 얻었지만 동시에 전통과 우리민족이 지녀온 정신을 잃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생산과 소비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양식자체가 서구적 구조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홍순태 선생이 기록한 장터는 사라져가는 전통이자 그리움이며 우리가 배워야할 조상들이 간직해왔던 순수하고 소박한 삶과 정서 그 자체인 것이다.
이번 전시는 관람하는 모두에게 우리가 간직해야할 옛 정신과 전통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줄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