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진미술관은 미국과 유럽 내 세계적인 보도사진가의 에이전트인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 1947년 창립)와 협력하여《Magnum s First》사진전을 2015년 4월 4일부터 8월 1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16년 한-불 수교 ’ 130주년을 기념하는 미술관과 프랑스 기관과의 첫 번째 협력 전시이다.
시대의 얼굴 Gesicht der Zeit (Face of Time)
전설적인 에이전트 매그넘 포토스의 첫 전시는 아주 최근까지도 1956년 쾰른의 ‘Photokina’ 박람회에서 열린 전시로 여겨왔다. 그러나 얼마 전 2006년 봄, 그 역사를 뒤바꾼 전시가 발견되었다! 바로《시대의 얼굴Gesicht der Zeit》이란 제목을 가진 전시가 그 주인공. 이 전시는 1955년 6월부터 1956년 2월까지 오스트리아 다섯 개 도시를 순회했다. 인스브루크 소재의 프랑스문화원에서 첫 번째 전시를 개최한 후 빈, 그라츠 등의 도시들을 거쳐 이 순회전의 시작점인 인스브루크 프랑스문화원으로 반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반세기 동안 그 존재가 까마득히 잊혀졌다.
50년이 지난 2006년 봄 어느 날, 인스브루크 주재 프랑스문화원이 신관으로 이전을 하면서 지하 창고에서 아주 낡은 두 개의 나무 상자를 발견하였다. 그 안에는 뜻밖에 매그넘 초창기 회원 여덟 명, 베르너 비쇼프,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로버트 카파, 에른스트 하스, 에리히 레싱, 장 마르키, 잉게 모라스, 마크 리부의 오리지널 흑백 프린트 83점과 친필로 작성된 매그넘 소개 글과 명판, 오리지널 전시 포스터 1장, 그리고 전시에 관한 설명서가 함께 담겨 있었다. 83장의 흑백사진들은 작가마다 다르게 색칠된 합판 패널에 부착되어 있었다. 복원 전문가와 함께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복원과정을 거쳐 이 역사적인 전시 꾸러미의 존재가 2008년《Magnum ’ s First》라는 제목으로 다시금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전시내용은 1950년대 당시로선 의외의 선별이다. 당시대 신문, 영화, 잡지에 게재된 전형적인 보도사진들은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선정적인 소재를 다루거나 그런 형식을 취했다. 그런 와중에 매그넘 초창기 회원들은 대다수가 오히려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담은 개인적인 작품들로 전시를 채웠다. 사람들과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 나아가 시대의 얼굴을 보여주는, 휴머니즘을 표방하는 전시로 여겨진다.
베르너 비쇼프가 페루, 칠레, 캄보디아, 일본 등지에서 촬영한 토착민들의 모습, 전쟁사진가로 잘 알려진 로버트 카파의 또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바스크 지방의 일상, 간디의 생애 마지막 모습과 그의 장례식을 담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연작, 에른스트 하스의 기념비적인 할리우드 영화 <파라오의 땅>이집트 촬영 현장을 담은 작품들, 자신의 고향 빈의 어린아이들을 포착한 에리히 레싱, 헝가리의 일상을 담은 장 마르키, 잉게 모라스가 바라본 런던 그리고 크로아티아 남서부에 위치한 달마티아의 삶을 보여주는 마크 리부의 연작까지, 세계 곳곳의 초상을 담은 이 작품들은 과연 그 시대의 얼굴을 보여주는 기록으로서의 역사 그 자체이다.
전시 개막일에 맞춰 매그넘 포토스의 해외전시 디렉터 안드레아 홀즈헤르가 방한하여 기자간담회와 오픈렉처를 가질 계획이다. 또한, 전시와 함께 83점 전작과 안드레아 홀즈헤르의 서문, 전시가 재발견되었을 당시 전시에 관한 역사 복원을 담당한 독일의 사진 역사가 크리스토프 샤덴의 글이 담긴 한국판 『Magnum s First』 도록이 발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