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진미술관의 7인 연속기획전 SPECTRUM의 두 번째 전시는 김재경의 『mute2』를 선보인다. 『mute2』는 지난 2000년에 첫 선을 보인 김재경의『mute』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로, 도시의 시간과 속살에 대한 확장된 작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mute뮤트’란 단순히 말없고 고요한 ‘침묵’의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마치 소리가 잘 나던 오디오의 작동이 일시 정지된 것처럼 “과거에 곧 잘 말하다가 뭔가에 의해 (일시적으로) 말을 못하는 묵언(默言) 또는 발음되지 못한 묵음(默音)의 상황”에 더 가깝다. 김재경의 『mute』는 적막한 좁은 골목길의 이미지가 담겨있다. 새로운 도시계획과 재개발로 과거의 추억과 지난 삶이 뿌리 채 뽑혀 더 이상 지난 과거를 말하지 못하는 한국 도시의 실존적 상황에 주목한다.
애초에 『mute』작업은 삼선동, 하월곡동, 옥수동, 길음동, 한남동 일대의 달동네에서 출발했다. 김재경은 음영의 대조가 강한 좁은 골목길의 계단뿐만 아니라 그늘지고 습한 담벼락, 녹슨 철문, 전봇대 등을 35mm 카메라 렌즈에 담았었다. 이 흑백사진들은 앞선 개인전 『자연과 건축』(1998 인데코화랑, 서울)이 그랬듯이, 기술적으로 매우 섬세하고 정교한 사진언어로 골목길에 존재해온 하찮은 삶에 시선을 던지며 묵언(黙言)의 말을 건넸다. 한편 ‘뮤트’는 또 다른 저항의 은유로도 다가왔다. 그것은 구서울 전체에서 스펙터클하게 펼쳐지고 있는 재개발 사업에 온 몸으로 맞서 사라진 서울을, 사라져가는 서울을 스틸 사진으로 오롯이 기념하려는 한 건축전문 사진가의 염원이 담긴 기록이다.
일찍이 박완서가 1960~80년대 서울의 주거환경 변화를 사실적으로 그려낸 소설 『서울사람들』에서 말한 소삽한 동네가 김재경의 『mute2』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가는 소설 속 여주인공이 “좁은 오르막길을 꼬불꼬불 휘돌면서 집집마다 대문 앞에 아가릴 벌리고 있는 쓰레기통에 진저리를 쳤다”는 실존의 장소를 끔찍한 과거가 아니라 따뜻한 온기의 현재로 재생시킨다.
김재경의 『mute2』는 기존의 35mm 카메라 대신에 노블렉스(Noblex) 135U 파노라마 카메라를 사용해 왜곡이 없는 136도 화각으로 골목길을 담아냈다. 2008년경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파노라마 카메라로 그는 기존의 평이한 이미지를 넘어서, 파노라마로 펼쳐진 장소성을 포착한다. 그 결과 『mute 2』는 한편의 응축된 ‘시적(詩的) 이미지’의 밀도감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소설적 서사’의 울림을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