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로서 사진의 역할과 가능성을 조명하는 ‘요술·이미지-The Magic of Photography’전이 한미사진미술관에서 8일부터 10월 1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의 작품은 누구나 경험해보았을 법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다양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는 이들의 흥미와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번 전시에는 젊은 작가 14명의 사진과 회화, 입체, 영상 작품 50여 점이 소개되는데, 최근의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미디어 환경 변화가 사진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으며, 그 사진이 현대미술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조명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한미사진미술관은 그 동안 전통적인 평면 사진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주로 소개해왔는데, 이번에는 현대미술의 가장 중요한 매체로 자리 잡은 사진을 재조명하기 위해, 사진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전시는 ▲회화와 사진의 경계 ▲입체와 사진의 경계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디지털이미지 ▲영화 같은 사진․연극 같은 사진의 4개 주제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회화와 사진의 경계’에서는 배준성, 유현미, 이명호, 장유정, 조병왕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 주제에 속하는 작가들은 작품의 제작과정에서 사진뿐만 아니라 회화적이거나 조각적인 기법을 함께 활용해 회화적인 사진, 혹은 회화인지 사진인지 모호한 평면작업을 선보인다.
둘째, ‘입체와 사진의 경계’에서는 강영민, 권정준, 장승효, 홍성철의 작업들로 작가들은 사진을 입체로 재구성해 의도적으로 평면성을 무너뜨리고, 이미지를 왜곡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동일한 대상에 대해서 여러 시점과 시공간적인 해석을 유도해 역설적으로 사진의 평면성을 환기시키거나, 사진 이미지에 대한 해석의 한계와 불확실성을 다룬다.
셋째, 주제인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이미지’에서는 김준, 이중근, 임택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작가들은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이미지를 만들거나 변형, 합성해 완전히 새로운 화면을 구성한다. 관람객들은 이들의 작품이 컴퓨터로 ‘만들어낸’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러한 이미지들로 표현되는 허구의 세계, 착시 효과뿐만 아니라 작가적인 상상력과 유머, 위트 등에 주목하게 된다. 이들의 작업은 단지 시각적인 즐거움이나 유머만을 표현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매스 미디어에 대한 비판 또는 자본주의에 대한 인간의 욕망 등 시대적인 현상에 대한 의미도 지니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연두와 전소정의 작업이 ‘영화 같은 사진, 연극 같은 사진’으로 전시된다 .이 두 작가의 작품에서는 사진이라는 결과물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의 과정 또한 작품의 일부분이다. 그러므로 이들은 사진과 영상을 활용해 사진의 이면에 숨겨진 과정을 정교하게 노출시키고 관람자들의 자유로운 작품해석을 유도한다.
전시에 소개되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사진 이외의 장르에서 출발해 자신만의 진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활용하게 되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장르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으며, 중요한 것은 예술적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해 사진을 포함한 다양한 매체를 얼마나 창의적인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