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진미술관에서는 2008년 4월 26일부터 6월 7일까지 작가 이상현의 <제국과 조선>전시를 가진다.
제 1회 한미사진상을 수상한 바 있는 작가 이상현은 이번 <제국과 조선>의 전시에서는 이전 작업인 <조선역사명상열전>과 <구운몽>을 총 망라함과 동시에 작가의 새로운 작업도 함께 선보인다.
2005년 <조선역사명상열전>에서 일제시대의 아카이브로 수집되었던 옛 사진들에 작가 자신의 모습을 합성시켜 일본에게 짓밟힌 조선의 정체성에 대해 말했던 작가는 이번 <제국과 조선>의 전시를 통해 그것들의 내용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제는 일본 뿐 아니라 밀려오는 서양의 문화들 속에서 어떻게 우리들의 정체성을 지키며 공존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2007년 <구운몽>에서는 팔선녀와 만나 노닐다가 인생무상, 일장춘몽을 깨닫는 조선시대 소설 ‘구운몽’을 현대 우리의 모습에 대입시켜 세속적 욕망으로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모든 것은 허상에 불과 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이번 <제국과 조선>에서는 안견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와 도화원기(桃花源記)를 배경에 두고 좀더 상징화 되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제국과 조선> 전시에서는 몇 가지 이미지들이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복숭아 꽃, 나비, 기생, 서양누드, 선비 등이 그것들이다. 작가는 복숭아 꽃과 나비를 통해 우리의 무의식에 잠재되어있는 이상 세계로의 여행을 권하고 있다. 그리고 19세기 말 일본이 정치, 경제적인 통치의 목적으로 조선을 가련한 기생의 나라로 만들었듯 작가는 서양의 누드를 작품 곳곳에 배치함으로 이를 서양의 표상으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현실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곳에 합성되어 작가의 작품 속에서 여러가지 상징적 의미로 시각화 되고 있다. 작가 이상현은 100여 년이 넘도록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들과 조선의 역사 등의 배경에 빗대어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현재의 환경과 작가 자신의 정체성의 모습을 상상력 넘치는 이미지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몇몇 이미지들은 1970년대에 작가가 직접 하회에서 촬영한 이미지들도 함께 사용되고 있다.
한미사진미술관의 이상현 展 <제국과 조선>은 화려하고 상상력 가득한 이미지들 속에서 우리들이 살아가는 현실세계로부터 한걸음 물러서 각자의 자아를 돌아보고, 더 나아가 우리가 지켜가야 할 역사적 정체성에 대해서도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