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진미술관(관장 송영숙)은 오는 6 월 23 일부터 8 월 18 일까지 19 층 제 1, 2 전시실에서 박홍순《대동여지도 중간보고서》를 개최한다. 1999 년 <백두대간>을 시작으로 <한강>,현재 <서해안>, <남해안> 연작으로 이어지는 박홍순 작가의 국토순례여정의 중간보고 격인 전시다.
<대동여지도-계획>이란 제목으로 1999 년부터 14 년간 이어져온 진행중인 <남해안>연작 이후에도 DMZ, 낙동강, 섬진강, 영산강, 금강을 비롯해 동해안과 우리바다의 섬들과 북녘의 산하까지 그 대상으로 삼는 긴 여정의 작업이다. 작가는 “한평생 작업”이라 말했다. 이번 전시는 그 출발점이 된 <백두대간>연작을 중심으로 <서해안>, <남해안> 신작 40 여점과 기존의 <한강> 작업들을 한 자리에 모아 국토탐사의 지나온 여정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탐색해보는 전시로 구성되었다.
박홍순 작가는 20 대 대학시절 고요함 속에서도 그 나름대로의 생명력과 생존방식을 가진 자연의 아름다움에 깊이 빠져 산과 가깝게 지내는 동안 도시개발로 인한 급속한 자연파괴를 목도하면서 우리 땅의 정신과 자연이 처한 위기를 인식하고 이 시대 이 땅에서 사진작가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계기로 우리 땅을 한평생 작업의 대상으로 삼고, 자연과 그 속에 터를 잡은 인간이 충돌하며 변해가는 풍경들을 10년이 훌쩍 넘게 담아 온 작업이 <대동여지도-계획>이다. 이 작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작가가 그 다음 행적지를 마음에 새기는 매 순간 그러할 것이다.
대형카메라와 큰 필름 그리고 전통적 아날로그 방식의 흑백인화작업을 고수하는 박홍순의 풍경사진들은 변화하는 한국의 자연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인간이 개입된 자연을 다룬 여느 사진들과 달리 어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의미나 메시지를 읽어내도록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작가는 아름다운 금수강산에 대한 예찬론자도, 파괴된 자연환경에 비분강개하는 비관론자로도 서지 않고 담담하게 자연과 그 속의 인공적인 구축물들과의 그 ‘모순되면서도 조화로운’ 풍경을 담았다. 작가의 작업에는 이 땅의 정신과 자연을 잘 보존하고 기록해 후손들에게 올곧이 남겨주려는 작가의 의지와 자연과 인간에 대한 애착, 현실적인 문제들, 그리고 먼 역사적인 시간이 어느 과격한 다큐멘터리보다 절실하고 현실적으로 내포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