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터키에서 태어난 아라 귈레르Ara Güler는 세계 최고의 사진가다. 전 세계의 모습을 기록했지만 아라 귈레르의 심장은 늘 터키 이스탄불에 맞춰 뛰고 있다. 평생을 터키와 이스탄불을 담는 작업에 몰두한 그는 ‘이스탄불의 눈The Eye of Istanbul’이라 불린다.
터키의 국가적 기록으로 추앙받는 그의 작업들은 너무도 방대하지만 그중 백미는 단연 ‘이스탄불’ 작업이다. 유럽과 아시아,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오랜 세월 교차되고 스며든 흔적이 가득한 나라, 터키.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 사이에 발 딛고 선 세계 유일의 도시 이스탄불의 옛 골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생선을 잡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를 품은 보스포루스Bosphorus 해협으로 향하는 터키 어부들의 삶까지 아라 귈레르의 프레임은 늘 사람들을 향하고 있다. 아라 귈레르의 ‘이스탄불’ 작업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익명의 사람들이 주인공인 것이다.
“세상은 인간을 위해서 존재한다. 사람이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사진은 항상 사람을 담고 있으며
아야소피아 성당을 촬영할 때조차도 나에게는 지나가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
작가는 그의 사진에서 인간 존재에 가장 큰 의미를 두며 스스로를 ‘시각적 역사가’라고 여긴다. 사진은 인간의 기억과 추억을 그리고 그들의 인생, 특히 그들의 고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작가는 믿는다. 이스탄불의 구석구석 모든 요소들이 정직하게 라이카 카메라의 뷰 파인더 속에 담겼다.
국내에는 최초로 선보이는 아라 귈레르의 작업은 195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고대 실크로드의 서쪽 끝, 터키의 모습이 짙은 서정성과 강렬함으로 우리에게 찾아든다.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 관람객들을 위해 특별히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별, 새롭게 흑백은염사진으로 제작했으며 그중 40여 점은 작가가 직접 프린트와 프레임을 선정한 귀한 작품들이다.
아라 귈레르의 개인 뮤지엄에 오랜 기간 소장된 그의 작품들, 과거 어디서도 만나볼 수 없었던 터키와 이스탄불의 고혹적인 모습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그가 기록한 이스탄불은 오늘날 우리가 도저히 만날 수 없는 이스탄불이기에 더욱 아련하고 값지다. 아라 귈레르의 눈으로 담아낸 도시와 사람들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무크(Orhan Pamuk, 1952~ )가 그려낸 ‘한 도시에 대한 숨 막히는 초상이자 죽어버린 문명에 대한 애가哀歌’를 너무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