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진미술관(관장 송영숙)은 오는 3월, 원로 사진가 홍순태(1934~ )의 사진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다수 그룹전 및 개인전을 통해 단편적으로나마 소개된 바 있는 그의 서울 촬영 사진들을 집대성하여 보여주는 첫 전시이다. 전시와 함께 출간되는 도록은 그가 촬영한 방대한 사진의 주요 한 섹션을 이루는 서울 사진들 중 100여 점을 엄선하여 작가 홍순태의 사진 인생에 대한 오마주로서 헌정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 포함된 서울 연작의 배경인 195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은 젊은 시절 홍순태가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른 시기이자, 스승 임응식 선생을 비롯한 여러 사진인맥들과 교우하며 기록 사진에 대해 진일보한 시기이다. 더불어 서울의 연보 안에서도 고성장 산업화와 함께 스러져간 옛 서울의 과도기적 풍경이 적나라하게 목격된 양극단이 공존한 시기이다.
이번 전시는 서울의 달동네라 일컬어지던 창신동 일대, 금호동, 중림동, 만리동을 비롯하여 6.25사변 이후 피난민의 생활터전인 청계천변을 촬영한 1960년대~1970년대 작업을 소개한다. 사진에 입문한 시절부터 서울의 곳곳을 누비며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기록한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홍순태=서울’이 과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그는 청계천 일대에 관심을 갖고 촬영을 해왔다.
홍순태의 사진은 보통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삶의 현장에서 관찰하고 적나라하게 기록한 것이다. 그의 사진은 특유의 기법이라 할 수 있으리라만치 카메라를 피사체 가까이에까지 들이대면서 인물의 심리를 전한다. 홍순태는 객관적인 기록자의 자세가 아닌, 그들 삶에 편입하여 심리적 유대와 격의 없는 교감을 바탕으로 ‘감정의 리얼리티’를 끄집어내고자 했다. 따라서 그 사진들들은 결코 객관성과 정확성을 가장 큰 담보로 하는 일반 사진자료가 아니다. 그보다는 서민들의 애환 섞인 삶, 고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삶의 참모습에 대한 경의에 찬 한 사진가의 시선이다. 그리하여 타지의 사람이 아닌 서울 토박이가 기록한 서울 사진들에는 삶의 애환과 함께 역동적인 에너지와 생의 미학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