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진미술관은 ‘젊은 사진가 포트폴리오 2021’의 단체전으로 《정승원ㆍ정지현》전시를 MoPS 한미사진미술관 삼청별관에서 오는 6월 18일부터 8월 15일까지 개최한다. 한국 동시대 사진을 대변하는 30~40대 작가들을 위한 지속적인 협업을 모색하고자 기획된 ‘젊은 사진가 포트폴리오’ 프로그램은 개인전, 단체전, 연계 출판물, 해외 리뷰 프로그램 참가 등 다방면으로 작가 지원을 이어왔다. 이 전시는 각각 런던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정승원(1992~ )과 정지현(1983~ )의 참신하고 독창적인 시선으로 동시대 사진을 유연하고 다층적으로 살펴본다.
정승원 작가의 휘어지고 늘어진 사진은 기억의 연약함과 불완전함을 표현한다. 그는 사진 이미지를 프린트한 직물에서 실을 가닥가닥 풀어내어 사진의 물리적 원형을 해체하고 새로운 이미지로 재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Memories Full of Forgetting》 (2017~2018)연작과 《Bark》(2018) 연작은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이 흐릿해지고 왜곡되어 사실과는 다른 기억의 상태를 사진과 직물을 이용해 가시화한다. 《Memories Full of Forgetting》에서 직물은 정승원이 자신의 기억을 옮기고, 덧붙이고, 삭제하는 공간이 된다. 천에서 뽑아낸 실오라기들이 빈공간과 간극을 만들면서 온전했던 직물 위에는 사라져가는 기억처럼 변형된 이미지만 남아있다. 정승원의 작업 태도는 《Bark》에서 한 층 더 구체화된다. 작가는 직물에서 늘어뜨린 실을 다시 바느질해 흐려진 기억들이 모여 왜곡된 채 고정되는 기억의 불완전함을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정승원 작업의 백미는 직물의 유연성을 강조한 설치다. 그는 작업을 자석으로 고정시키고, 천장에 매달고, 작업 아래에 돌을 다는 등 기억의 가변성을 시각화하는 동시에 직물과 만나 더욱 유연해진 사진의 매체적 가변성을 제안한다.
한편, 정지현 작가는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공간의 스펙 터클 이면에 가려진 모든 ‘중간 과정’에 주목한다. 그는 재개발 구역의 철거 현장, 신도시 건설 현장, 주요 건축물의 복원 현장 등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공간에서 작업하며 그 공간이 변화하는 과정의 면면들을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건축 과정에 직접 개입해 현장 밖에서는 알 수 없는 중간 과정을 노출시키는 정지현의 작업 태도는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세 연작 《Construction Site》(2012), 《Construct》(2017), 《Reconstruct》(2020)를 통해서 구체화한다. 《Construction Site》는 그가 직접 개입 행위를 시작한 첫 작업이다. 자재물과 폐기물을 공사가 진행 중인 공간의 맥락과 전혀 무관한 오브제로 구성하여, 그 공간과 구조물에 일시적인 변형을 시도한다. 이러한 작가의 개입 행위는 신축 공사현장과 한때는 서울의 근대화를 상징했던 건물의 복원 현장에서 작업한 《Construct》와 《Reconstruct》에서 더욱 심화된다. 작가는 매끈하고 평면적인 최신 건축 소재를 거친 표면과 병치시켜, 건물이 완공된 후에는 볼 수 없는 현대건축의 가변성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정지현의 개입 행위는 설치와 퍼포먼스를 넘나들며 순식간에 한 도시를 형성하고 파괴하는 스펙터클의 가려진 속살을 드러낸다.
젊은 사진가 포트폴리오 2021 단체전 《정승원ㆍ정지현》 전시는 사진 이미지의 제작 과정 중 작가의 개입 행위를 통해 참신하고 독창적인 시선으로 담아낸 한국 동시대 사진의 확장된 흐름과 동향을 소개한다. 두 작가는 미처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왜곡되는 기억이나 지나치도록 빠른 도시공간의 변화 과정처럼, 그동안 간과해온 ‘모든 숨겨진 과정의 이면’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제시한다. 전시 기간 동안 아티스트 토크를 비롯한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전시 연계 사진집으로 출간될 35번째 Camera Work 총서 『정승원ㆍ정지현』은 전시작 외에 작가들의 더 많은 작업을 밀도 있게 소개한다. 이전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 예방과 관람객 안전을 위해 별도의 개막 행사 없이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