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라는 주제 아래 미술관의 주요 소장품을 중심으로 구성한 이번 전시는 나이와 국적을 넘어선 다양한 작가를 아우른다. 1900년대 미국 회화주의와 모더니즘 사진의 전형, 유럽 아방가르드와 뉴 비전 운동의 소산, 그 영향 으로 만들어진 한국 전후 시대의 실험 사진과 국내외 현대 사진을 포괄한 작가 32명의 사진과 미디어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이 방대한 궤적의 작품이 선형의 시간순으로 나열되지 않고 밤의 서사 안에서 자유롭게 얽힌다. 전시에서 ‘밤’은 일몰부터 일출 전까지 어둠을 전제한 물리적 시간일 뿐만 아니라, 그 어둠으로 맥락관통할 수 있는 무의식의 세계를 지시한다. 의식과 사유가 펄떡이는 시간이 낮이라면 밤은 침잠한 욕망과 본능을 끄집어 내어 의식의 어두운 심연에 다가가는 시간이다. 해가 지고 잠을 청하면 꿈을 꾸는 연쇄 반응은 밤과 무의식의 필연적 관계성을 드러낸다. 그래서 ‘밤 끝으로의 여행’은 칠흑같이 어두운 밤의 시간을 배회하는 동시에, 언술할 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로 진입하는 일이다.
⠀루이페르디낭 셀린의 동명 소설 『밤 끝으로의 여행』은 전쟁을 경험한 주인공인 바르다뮈가 문명 사회와 권력에 환멸을 느끼고 도피하는 심리적 여정을 그린다. 그에게 ‘밤 끝으로의 여행’은 이전의 언어 질서를 버리고 인간의 원초적 본능에 맞닿은 심연으로 향하는 여정이다. 전시 《밤 끝으로의 여행》 또한 두려움과 방황, 충동, 욕망과 결핍 그리고 황홀한 환각으로 점철된 인간 내면을 탐색한다는 점에서 전시와 소설은 맞닿아 있다. 둘은 명징한 의식과 사유에 눈이 멀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어둠의 심원을 향해 견고한 껍질을 하나둘씩 벗겨내며 다가서는 여행이다.
⠀사진은 심연의 언어다. 관습과 문화에 의해 임의로 형성된 언술 언어와 대조되는, 코드 없는 몸짓이다. 기호 체계 밖에 있지만 병의 증상처럼 분명하게 혹은 애매하게 무언가를 표상하고 의미한다. 대상을 가장 사실적 으로 기록함에도 불구하고 언술할 수 없는 이 모호한 시각 언어는 견고한 사유 체계의 위장과 위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이는 표현 매체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이러한 사진의 가능성을 이해하고 무의식을 끌어내기 위해 적막한 어둠 속으로 자신을 몰아넣는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숲으로, 네온사인이 주위를 밝힌 도시의 밤으로, 암실로, 카메라의 어둠 상자 속으로 자신을 내몰고 카메라의 눈에 의식을 맡긴다. 그렇게 사진가들이 담은 어둠과 의식 너머에 봉인되어 있던 심연의 풍경이 전시 공간에 펼쳐진다.
Under the theme ‘night, primarily consisting of a major collection of the museum, the exhibition includes various artists beyond age and nationality. It covers the paragons of 1900s American Pictorialism and modernism photography, the outputs of European avant-garde and New Vision Movement, experimental photography after the Korean War, and domestic and international contemporary photography which are under the previous influence. The exhibition presents more than 100 pieces of photographs and media works produced by 32 visual artists. This vast trajectory of works is not listed by linear time, but becomes entangled freely in the narrative of the night. ‘Night’ is physical time presupposing the darkness from sunset to sunrise, and the world of the unconscious that can be in context through the darkness at the same time. While the time in which consciousness and rational thoughts are fluttering is daytime, night is the time in which we bring out the silent desires and instincts and dig into the dark abyss of consciousness. When the sun sets and we go to bed, a dream chain reaction reveals the inevitable relationship between nights and the unconscious. Therefore, Endless Journey to Black Night is strolling the pitch-dark night, and entering into the indescribable world of the unconscious at the same time.
⠀Louis-Ferdinand Céline’s novel Journey to the End of the Night depicts the psychological journey of the main character named Bardamu, who has experienced war and flees from the civilization and authority, feeling a sense of disillusionment. For him, ‘journey to the end of the night’ is a journey to the abyss attached to the human’s natural instinct abandoning the previous rules of a language system. The exhibition Endless Journey to Black Night also explores fear, wandering, impulse, desire, deficiency and the inner workings of the human mind willed with ecstatic hallucinations. In this context, the exhibition aligns with the theme of the novel. Both represent journeys plunging into the depths of darkness, not yet discovered but obscured by clear consciousness, gradually shedding layers and drawing nearer.
⠀Photography is a language of the abyss, in contrast to articulated language systems shaped by custom and culture. It operates without a predefined code, capturing images that may clearly or vaguely represent something akin to symptoms of a disease. This ambiguous visual language, while recording objects in a realistic manner, remains unspoken yet expressive, laying bare the camouflage and hypocrisy of rigid systems of rational thought. Participating artists in the exhibition grasp this potential of photography, immersing themselves in silent darkness to draw forth the unconscious mind. They venture into invisible dark forests, city nights illuminated by neon lights, the darkroom, and the dark box of a camera, entrusting their consciousness to the camera’s eyes. Through this process, the exhibition space reveals the darkness and landscapes beyond conscious perception.